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전기화물차에 빠진 정부의 ‘짝사랑’
정부가 전기화물차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을 내놓으면서 장밋빛 미래를 예찬하고 있지만 냉담한 분위기는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소비주체라 할 수 있는 화물운송업계를 비롯해 국내 상용차 제작사들은, 전기화물차 시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윤이 창출될만한 아이템을 발굴해 적립된 사내유보금을 투자하는 게 기업체들의 막중한 임무이기에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분야를 필사적으로 탐사하고 있으나, 우선순위에서 전기화물차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대의적 명분과 상징성에 반해 투자대비 자금회수가 발생하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신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더라도 전기화물차는 답이 될 수 없다고들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기화물차의 효용가치와 돈 벌이가 될 만하다면, 마다하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속속 출몰할 것인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경제논리에 있어 기업이 정부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기화물차에 화물운송사업 허가인 영업용 신규 넘버를 부여하는 개정안이 입법 발의됐으나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하동문이다.
반 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시장의 관심대상에서 멀어지면서 이도저도 아닌 전리품으로 전락했다.
정책입안자는 결과와 관계없이 친환경 실현을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자평하면서 합리화하면 그만이지만, 투자 주체인 기업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혹독한 값을 치러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타이틀에 목멘 조급함과 성과주의가 불러온 과욕, 환경 친화적이란 무조건적인 무지함에서 나온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올해 역시 자금수혈에 나선다.
금년 들어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국고 1400만원에 지방비 최대 1200만원을 지원키로 하고, 급속충전요금을 kWh당 313.1원에서 173.8원으로 44% 인하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러한 조치는 전기차 이용 활성화에 득이 될 수는 있으나, 민간업체의 진출을 저해하는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전국 1200여 개소의 급속충전소 중 83% 이상 정부와 공기업이 맡고 있는 가운데, 요금인하 정책이 더해지면서 민간 충전사업자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상태다.
정부가 의도한대로 노후화물차를 비롯한 기존 차량들이 전기차로 전량 교체된다면, 그간 유류세로 걷어드린 막대한 세금의 공백을 어디서 메울 것이며, 전력수급 관리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한 과부하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